여행에세이 책 어쩌겟어요 이렇게 좋은데 우붓 한달살기
여행에세이 책
어쩌겟어요 이렇게 좋은데 우붓 한달살기
작년에 다녀온 발리여행. 발리가 그립고 생각나서 도서관에 들렸다가 우붓 생활기에 관한 여행 에세이를 발견하고 냉큼 빌려왔다. 우붓에서 짧은 시간 보냈던 터라 아쉬운 마음이 들었고 자꾸 생각이 났다. 마음의 치유를 위해 작은 일탈을 감행하여 우붓으로 떠난 저자. 그런데 우붓을 세번씩이나 다녀왔다고? 이해가 간다. 우붓에서는 하루이틀로는 부족했고 한달정도 살아보면 또 다시 찾게 된다는 매력적인 곳이기도 하니말이다. <어쩌겠어요, 이렇게 좋은데 > 는 우붓의 아름다움과 사람들의 친절함, 그리고 미소를 보고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는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다른 나라에서 한달 살아보기는 나 또한 꿈을 갖고 있는 것중 하나이고 머킷리스트중 하나이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기에는 쉽지 않다. 게다가 혼자서 한달 살아보기는 더더욱 용기가 필요하다. 인생에서의 멈춤의 시간이 저자에게는 찾아왔다. 몸과 마음에 휴식이 필요하다고 신호를 보냈던 것.
인도네시아 발리 섬에 있는 우붓은 울창한 숲과 야성미가 흐르는 강을 끼고 있어 야상동물의 낙원이라고 불리운다. 푸른 논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정돈되지 않은 도로에서는 흙의 먼지들이 얼굴을 덮쳐오긴 했지만, 우붓은 사람을 끓어들이는 아름다운 도시였다. 하루이틀 우붓에서 지냈을때도 하루만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우붓을 떠나왔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우붓에서 여행했던 일들이 스쳐 지나간다.
느릿하게 사는 삶. 하루하루 달라지는 자연의 아름다운 빛깔들, 저자 또한 내가 느꼈던 우붓의 매력에 점점 빠져가고 있었다. 흔한 농촌풍경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곳에서 느껴지는 여유와 안도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붓을 여행하면서 나를 당혹시켰던 일들을 떠올리며 저자와 공감을 하기도 했다. 처음 우붓에서 한달살기는 혼자서 보내고 두번째는 언니와 그 다음에는 남동생까지 합류하여 삼남매가 우붓생활을 즐겨나가고 있었다.
여전히 우붓에서의 삶을 즐겨나갈지도 모르겠다. 숙소에 있는 찌짝때문에 잠 못이뤘다는 밤. 부정적인 생각에 갇혀 생활하던 저자가 우붓에서의 삶을 통해 변화하고 위안을 얻어 가는 이 책에서는 우붓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라기 보다 온전히 저자의 변화과정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가 인간관계와 직장생활을 하며 겪은 아픔들이 치유해져가는 시간.
저자 혼자서 발리 우붓에서 보낸 한달이라는 시간이 한달처럼 보이지 않고 일주일로 보이는 아니러니한 상황. 그녀가 우붓에서 지냈을때, 어디에 있었을까.... 한달을 어떻게 보내면서 지냈을까.... 조금 짧게 느껴졌다. 게다가 언니와 다시 찾은 우붓에서의 시간들. 내가 원하던 우붓생활기의 에세이는 아니였고, 우붓의 매력들을 많이 채워놓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웠던 책이다.
그토록 부정했던 것이 나였고, 가닿고 싶었던 것도 나였다. 환상이 걷힌 우붓의 민낯을 보고서도 여전히 이곳을 사랑하는 나를 보며 그 사실을 깨달았다. 우붓은 자꾸만 내 상처를 헤집고, 부족한 과거를 괜찮다고 말했다. 모두가 완벽한 것은 아니라고. 부족하더라도 어리석더라도 그냥 있는 모습 그대로의 자신을 꼭 안아주라고
비 맞는 것이 이토록 기분 좋다는 걸 이 나이 먹을 때까지 몰랐다니. 비를 제대로 즐기려면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만 제대로 비와 한판 춤을 출 수 있는 것이다.
나와는 조금 다른 성향인 저자. 그래서 그런지 공감가는 부분은 극히 많지 않았지만 우붓에서 즐기로 느꼈던 감정들과 풍경들이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새록새록 떠올리며 추억에 잠겨보았다.
문득 나도 달빛처럼 보이지만 달빛이 아닌 것을 쫓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무언가 제대로 쫓아본 적은 있었나? 나방은 달빛과 닮은 것을 향해 목숨 바쳐 날갯짓을 한번 해본 것이다. 적어도 빛을 향해 자신을 내던지는 삶을 산 것이다. 나방의 빛만큼 강렬한 이상을 좇아서 그런 필사적인 행위를 내가 해본 적이 있었나?
날갯짓 한두 번 하다 포기하고 어둠에 갇혀 살다 죽진 않아야 할 텐데. 전등 빛을 달빛이라 착각하고 살다 죽지는 않아야 할 텐데. 신비하고, 기이하고, 서글픈 밤이었다.